뜨겁게 사랑해놓고 쿨하게 헤어지기를 바라는 건 달콤한 컵케이크를 신나게 먹어놓고 살이 찌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별’이라는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길 바라는 것은 단지 ‘욕심’일 뿐인지도 모른다.

마주치면 누구나 피하고 싶고, 할수 있다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사랑의 마지막 단계. 청춘의 고된 수행과도 같은 경험이 이별이다. 제대로 된 연애를 했었다면 호된 이별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좀처럼 익숙해 지지 않는 이 과정은 그러나 잘 겪어 낼 경우 인생에 작은 도움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 작은 도움이란 이별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현되는 남성의 몇 가지 습성을 기준으로 한 ‘좋은 남자 판별법’이다.

꽤나 철 없이 빠져들었던 몇 번의 연애경험을 지나서 내게 남겨진 이 공식은 이제와 돌아보면 한편으로 좋은 약이 되어주는 것 같다. 막상 연애를 하고 있을 때보다 그 연애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상대방에 대한 또 다른 판단이라는 것이 버스 지나고 나서 손 흔들어야 하는 승객의 미련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좋은 요리가 텁텁하지 않은 뒷맛을 남기듯, 좋은 향수가 괜찮은 잔향을 가지고 있듯, 좋은 남자일수록 예의있는 이별의 수순을 밟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의있는 이별’이란 무엇인가? 물론 각자의 상황이나 심정에 따라 다른 감상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예의있는 이별이란 몇가지 법칙을 가지고 있다. 먼저 좋은 남자는 상대방이 이별을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를 가지고 있다. 설사 그녀를 향한 사랑이 시들어가고 있다고 한들 자신이 지켜왔던 그 연애의 룰에서는 소홀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남자에게서 어떻게 이별을 느끼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임하는 그들의 성실함은 본능적으로 더 쉽게 관계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예를 들어 그들은 어느 순간 늘 피곤해 보일 것이다. 그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당신과의 연애가 활력이 되던 시기를 지나서 어떠한 책임감이 돼버렸다는 변화를 의미한다. 그녀로부터의 연락도, 만남에도 성실하겠지만 그 순간에 머무르는 그들의 표정이나 에너지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원래 연애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러한 연애라도 지속하느냐 마느냐는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 위기의 시점에서 당신이 만약 이별을 택했을 경우 상대가 좋은 남자라면 이별을 받아드리는 순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녀가 단순히 사소한 감정적 다툼으로 투정하듯이 이별을 말하는지 진심으로 이별을 원하는지를 할 수 있는 한 침착하게 판단하려 할 것이고, 적어도 이 관계가 끝났을 때 자신에게 남겨지는 미련이나 후회가 많을지 스스로의 인생자체의 회복이 더 클지를 진심으로 한번 더 고민할 것이다. 그런 후에 서로가 이별에 동의했다면 좋은 남자인 그는 그 이별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한 자세는 그 전의 관계를 소중히 하려는 그들의 예의인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날 때 최선을 다했고 이별에 있어서도 그러했다면 그들은 그 이별을 번복하는 것에도 신중하다. 예를 들어 그런 자세로 이별을 받아드린 남자라면 절대로 술취한 밤에 충동적으로 옛 연인에게 연락하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별을 극복하는 얼마간의 과정에서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서로 충분히 최선을 다한 이별이라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녀에게 가볍게 연락하는 일은 그 사랑을 변질시킬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했다면 어떠한 미련이나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상대방 또한 그러한 힘든 정리의 시간을 가졌을 거라고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 또한 예의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렇게 신중한 과정을 통해 정리된 관계야말로 훗날 기억했을 때 끝까지 '좋은 연애'로 기억되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지지부진하게 지속했던 이별의 잔해치고 행복하게 남겨진 것은 없었던 것 같고,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적 환각에서 벗어난 후의 '그'에게 실망스러운 뒷맛을 느껴버린 적이 많았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누구에게나 ‘Happy ever after’의 결말만 가진 사랑만이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는 연애가 필요하지 않을까?

좋은 남자란 헤어지고도 후회없는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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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tFriend
개인적으로... 나쁜 기억력에 도움되라고 만들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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