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만나고 나면 헛헛하다는 이들이 많다. 때로는 신체적 정신적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앞으론 사람과의 접촉을 되도록
피하리라 마음을 다잡곤 한다. 하지만 그 때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쪼르르’ 사람 속으로 달려간다. 인간으로서 실존적
고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까닭일까. 만나고 후회하고, 또 다시 만나고 후회하며 계속되는 사람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과 관계 ―.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남과 진솔하기 보다는 가식적이면서 형식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직장 안에서 그 양상은 더하다. 직장인이 업무보다 인간관계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중 8명은 말을 잘해야 승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보다 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자연히 더 인정받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이
때문에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주변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말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인상을 풍기려고 늘 표정관리 해야 하며,
누구와도 일할 수 있도록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모범 직장인의 기본 사양이 돼 버렸다.
그런 태도가 아예 몸에 습관처럼 배다보면
남 앞에서는 어지간해선 화를 내지도 않고, 짜증스런 표정도 은근슬쩍 감추게 된다. 언제나 웃는 ‘삐에로’처럼 무조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굿맨 콤플렉스’에 걸려들게 마련이다. 이처럼 남의 입맛에 맞춰 살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휩쓸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자기계발서인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기술’ 하루테크(최문열 지음, 미디어락 펴냄)는 타인에게 맞춰 사는 이런 직장인의 행동 유형을 ‘원만병’이라고 꼬집으며 이에 대한 나름의 예리한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집단주의 문화권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모나면 정 맞는다!’며 어른들로부터 철저한 ‘원만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전체 의견에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고 말한다. 한국인 특유의 눈치와 체면의식은 더욱 부채질하는 중요 인자로 작동하기도 한다.
또한, 시장 원리를 바탕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인력시장에서 상품처럼 거래하면서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를 더 중시하게 됐고, 이에 따라 자신을 찾는 손길이 많아지도록 하기 위해선 사용자 입맛에 적극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
여기에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고용이 몹시 불안정해진데다 사내에서는 인사 다면 평가제를 도입함에 따라 기름을 더 끼얹었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주요 평가 대상이 되는 까닭에 더더욱 상사의 눈치와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형국.
조직 내에서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선 처신을 잘해야 한다. 가령 남 앞에서는 할 말도 꾹 참아내야 하며 화나 짜증도 내지 않는 것이 이롭다. 또 도량을 갖춘 듯 언제나 넉넉한 사람으로 비치기 위해선 관대함과 포용력도 내보여야 한다. 짐짓 척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변의 평판을 얻기 위해선 때와 장소에 따라 변신로봇처럼 자유자재로 변해야 한다.
결국 이렇게 살다보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직장인증후군의 하나인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항상 웃어야 한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더욱 우울해지는 증상을 뜻한다.
이러다보면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평소 직장 안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다가 집에 돌아오면 그 반대로 이상 폭발 현상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지뢰밭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는 숱한 인간망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정신적 정서적으로 억압돼 생활하다가 직장 밖, 또는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소한 일에도 핏대 세우고, 버럭버럭 성깔 부리곤 하는 것 등이다.
하루테크의 저자 최문열은 “인맥과 인적 네트워크,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가식적으로 만나는 인간관계는 기브앤테이크가 되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져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현대인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종 모임에서 타인의 입맛과 요구에 맞추려고 애를 쓰다보면 쉬 지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가식적인 자리는 가급적 줄이고 진실한 만남의 자리를 늘려야 한다. 속을 터놓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만남이야말로 삶의 활력소이며 우리 삶을 더욱 충만케 한다.”고 조언한다.
스포츠서울닷컴 헬스메디 박준성기자 webmaster@healthmed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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